[열린광장] 도전받는 대학 교육
캠퍼스 내에 해박한 지식을 가진 한 학생에 관한 소문이 자자했다. 학생들은 그의 지적 수준이 교수들을 초월할 정도라며 놀라워했다. 특히, 이번 학기에 필자가 강의하는 시스템 아키텍처 분야에도 놀라운 지식을 가졌다는 소문이 돌았다. 비록 수업에 등록하진 않았지만 그의 실력도 알아볼 겸 학기말 고사를 보게 했다. 총 5개의 에세이 문제로 구성된 학기말 고사는 2시간 동안 오픈북 시험으로 강의실에서 치러졌다. 첫 번째 문제는 ‘시스템 아키텍터가 시스템을 개발할 때, 왜 오픈 시스템 아키텍처 개념을 유지해야 하며, 어떤 유리한 점이 있는지에 관해 논하라’는 것이었다. 시험이 끝난 후, 필자가 학생들에게 첫 번째 문제의 답안을 쓰는 데 몇 분 걸렸느냐고 물었더니 약 20분 정도였다고 대답했다. 그런데 이 학생은 답안을 쓰는데 정확히 23초 걸렸다. 그리고 그의 답안을 A학점 학생의 답안과 비교했을 때 결코 수준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의 논리적 구성과 표현력은 흠잡을 데가 없었다. 그는 강의를 듣지 않고도 A 학점 수준의 답안을 23초 만에 작성했다. 이 학생의 이름은 챗(Chat)GPT였다. 챗GPT는 세계 최대 AI 연구소인 Open AI의 대화형 AI 서비스다. 수많은 빅데이터 학습을 통해 인간의 질문에 거침없이 답하고, 조언을 하며, 농담까지 한다. 요즈음 인류는 이러한 챗GPT에 열광하고 있다. 아마도 인류가 개발한 가장 위대한 기술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든다. 대화형 AI가 인간의 모든 영역에 가져올 변화는 이루 헤아릴 수 없다. 특히, 대학 교육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그래서 대학에서는 교육 과정에 챗GPT를 활용하는 데 대해 여론이 찬반으로 나뉘었다. 일부 교수들은 챗GPT가 개인별 학습을 가능하게 하며, 인간의 역량을 높이는 좋은 도구가 될 수 있다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다. 반면에, 다른 교수들은 챗GPT로 인해 학생들이 스스로 사고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 부족해질 수 있고, 부정확한 정보를 받을 수 있다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다. 전통적으로 대학은 교수들이 정한 절차에 따라 지식을 심사하고 권위를 부여하는 지식권력 시스템의 최정점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대학에서 배울 수 있는 지식을 인터넷과 AI를 통해서도 습득할 수 있기에 대학이 지금까지 독점했던 권한을 더는 유지하기가 어려워졌다. 이런 상황 속에서 일부 대학교는 챗GPT를 비롯한 생성형 AI에 대한 기본 활용 방향을 정하고 이를 수업 현장에서 적용하기 위한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기술의 확산을 막기보다는 이를 합리적으로 수용하고, AI를 이용해서 기존 교육방식에 요구되던 수고를 아낄 수 있는 기술적 수단으로 적극 활용하겠다는 취지다. 그리고 부작용에 대해서는 AI 윤리교육 및 AI가 대체할 수 없는 인터뷰나 설문조사와 같은 경험적 데이터 수집과 피드백 반영 등을 통해 대처한다는 방침이다. 엄청난 속도로 발전해 가는 AI 기술로 인해, 교수는 챗GPT를 이용해서 학생들의 질문에 효과적으로 답변해 주고 교육과 연구에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강의실에서 학생들을 가르쳐야 하는 교수에게는 여전히 챗GPT 활용 허용 여부를 어떻게 결정하고, 강의 계획서에 활용 원칙을 어떻게 명시하며, 학생들에게 어떻게 전달해야 할 것인지가 최대의 관건으로 남아있다. 손국락 / 보잉사 시스템공학 박사·라번대학 겸임교수열린광장 도전 대학 대학 교육 지식권력 시스템 일부 대학교